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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선비의 자취를 품은 아홉 굽이의 길, 경북 구곡

작성자
김현섭 기자
게시일
2021-12-08 18:14:16
조회수
379
 구곡길 기자단 1기 김현섭입니다. 구곡길 라디엔티어링 <김천시 무흘구곡편>으로 끝나고 구곡길 기자단 1기의 활동도 제 글이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구곡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구곡은 아홉 구(九)에 굽을 곡(曲)을 써서 글을 그대로 해석하면 아홉 개의 굽이라는 뜻입니다. 단순히 아홉 개의 굽이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풍광이 빼어나고 선비들이 자신의 학문을 갈고닦으며 그들이 추구한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했던 공간이 바로 구곡입니다. ‘구(九)’가 동양에서는 양의 기운이 충만한 완전한 수이고 가장 큰 수인 점 들에서 최고의 수로 여긴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구곡 문화는 중국의 성리학자 주자(1130년~1200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자는 무이산에 은거해 학문을 닦으며 무이구곡 경영하며 이를 노래한 무이구곡가를 지었고 이것이 조선의 성리학자들의 학문적 동경의 대상이 되며 구곡 문화가 발전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주자와 무이구곡가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은 고려 말로 보이지만 이 시기에는 하나의 시로 인식된 것으로 보이며 성리학이 자리 잡은 조선 중기쯤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구곡 문화는 퇴계와 율곡선생을 비롯한 여러 성리학자에게 이어져 널리 향유되었고 영남지영에서 성행하였습니다. 구곡에 대해서 지속적인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전국에 약 150개의 구곡이 있으며 그 중 경북에는 43여개의 구곡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곡 문화를 현대에도 이어받아 선비들의 산림문화유산을 널리 알려 우리나라 자연에 숨겨진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 유산으로 브랜드화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관광자원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구곡길”이 만들어졌습니다.

 구곡길은 구곡이 주는 의미 중 학문을 갈고닦으며 자신을 고양하는 선비정신과 은거하며 휴식하는 쉼의 의미를 같이 담아 숫자 9와 쉼표의 모양이 형태학적으로 유사함을 활용하여 로고를 만들고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깨달음, 그리고 그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러한 의미를 담아냅니다. 그렇게 현재는 6개의 시군에서 구곡길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천시 무흘구곡은 ‘치유’라는 테마로 그 의미를 전합니다. 무흘구곡은 제1곡~제5곡이 성주군에 있고 중 제6곡~제9곡이 김천시에 있습니다. 무흘구곡을 경영한 한강 정구 선생은 62세에 제7곡 만월담과 제8곡 와룡암 사이에 무흘정사를 지어 세속과 이별하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자신이 소장한 모든 책을 무흘정사에 옮겨놓고 자신의 공부와 제자 교육, 그리고 저술활동 등의 은거생활을 하였는데 선생의 이러한 삶이 자신을 치유하기 위함이었음을 이어받아 ‘치유’라는 테마가 만들어졌습니다.

 안동시 하회구곡에서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아름다울 미(美)’라는 테마로 그 의미를 전합니다. 하회구곡의 곡은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그 인근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 차남인 앤드루 왕자,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 아들이자 또 다른 대통령인 조지 워커 부시 등의 유명인사들이 다녀갔고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촬영지로도 무수히 활용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하회마을은 그 가치와 풍경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영주시 죽계구곡은 ‘존중’을 테마로 그 가치를 전합니다. 죽계구곡에 대한 설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는 [순흥지]라는 책에 기록되어 조선 선비들에게 널리 인정받은 구곡과 순흥부사 ‘신필하’가 경영한 구곡이 그 두 가지 설정입니다. ‘신필하’의 구곡은 크게 인정받지는 못했는데 구곡에 대한 설정이 위에서 아래를 향했기 때문입니다. 주자의 무이구곡을 존숭한 성리학자들에게는 주자와 반대 방향으로 구곡을 경영한 것이 곱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굽이를 위에서 아래로 설정한 ‘신필하’와 아래에서 위로 설정한 [순흥지]의 구곡은 구곡 전체에 대한 경영은 다르지만, 곡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신필하’의 구곡에 대해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그 굽이를 바라보는 것은 다르지 않았으며 이를 존중했다고 해석하여 ‘존중’을 테마로 정했습니다.

 상주시 용유구곡은 ‘건강’이라는 테마에 그 의미를 담았습니다. 용이 놀던 곳이라는 뜻의 용유구곡은 용의 신비함과 생명력, 십이지 중 하나이며 초자연적 존재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테마가 정해졌습니다. 또한 구곡길 코스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야영장과 오토캠핑장, 데크길이, 그리고 꾸지뽕, 산딸 등의 건강에 좋은 열매들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병화가 침범하지 못한다는 상상 속의 마을을 뜻하며 그 모양이 마치 소의 배와 같다는 우복동이 이곳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건강’이라는 이미지가 잘 맞습니다.

 문경시 선유구곡은 ‘사색’이라는 테마로 그 가치를 전합니다. 용유과 같이 ‘눌 유(遊)’자를 써 신선이 놀던 곳이라는 뜻의 선유구곡은 곡들이 신령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안개가 드리우는 누대’라는 뜻의 옥하대, ‘신령한 뗏목 모양의 바위’라는 영사석, ‘마음을 씻는 대’라는 뜻의 세심대 ‘난을 타고 생황을 부는 신선’이라는 뜻의 난생뢰 그리고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는 옥석대 등 그 이름에서 신선의 기운이 물씬 느껴집니다. 이러한 신선의 가르침과 선비들이 구곡을 대했던 정신을 본받아 ‘사색’을 통한 쉼을 얻고자 합니다.

 성주군 무흘구곡은 ‘배움’의 뜻을 테마로 정했습니다. 무흘구곡을 경영한 한강 정구 선생은 무이구곡을 경영했던 주자를 흠모했으며 그의 성리학 정신을 구현하려 하였습니다. 당대 최고의 예학자로 불리었으며 조선 유학계의 두 거목인 퇴계 이황 선생과 남명 조식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아 이 두 학자의 장점을 골고루 물려받은 인물로 꼽힙니다. 또한 이런 한강 정구 선생의 제자들이 선생을 모신 서원을 세웠는데 그 서원이 무흘구곡 제1곡 봉비암 옆에 있는 회연서원입니다. 선생의 학문에 대한 정신을 이어받아 ‘배움’의 가치를 담았습니다.

 구곡길은 이렇듯 그저 아름답기만 한 길이 아니라 우리 선조의 가치 있는 문화유산인 구곡을 현대에 발맞춰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구곡이 모두 브랜딩 되어 구곡길이 되고 세계로 나가 대표 순례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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